퇴근 후 지친 몸으로 배달 앱을 켰지만,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20분째 고민하다 결국 아무거나 시켜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것은 당신이 우유부단해서가 아닙니다. 뇌의 에너지가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제시한 개념으로, 의지력과 결정력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이론입니다. 아침에 옷을 고르고, 업무 메일을 보내고, 점심 메뉴를 고르는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결정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 에너지가 바닥나면 우리 뇌는 두 가지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첫째는 충동적인 결정(폭식, 충동구매)이고, 둘째는 결정 회피(아무것도 안 하기)입니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CEO들이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은 패션 센스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사소한 결정(옷 고르기)에 쓸 에너지를 아껴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쓰기 위함입니다. 이를 '선택의 최소화'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가석방 심사 판사들은 하루 중 오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비율이 65%에 달했지만, 오후로 갈수록 그 수치가 급격히 낮아져 기계적으로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그들도 결정 피로의 희생자였던 셈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저는 항상 흰색 셔츠나 회색 셔츠만 입습니다. 무엇을 먹고 입을지 결정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의 최고 의사결정자들은 의식적으로 결정의 수를 줄입니다.
결정 피로는 서서히 누적됩니다. 오늘 내가 어느 단계인지 확인해 보세요.
3단계 이상이라면 지금 당장 20분 이상의 휴식(산책, 낮잠)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의지력은 포도당을 소모하기 때문에, 당분이 포함된 간식 한 조각도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